색깔이 있다~ 개성이 있다~ 그리고 젊음이 있다.
-마카티의 새로운 문화 공간 ‘The Collective’
아침부터 수상했다.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 낯설은 물건들. 갑작스레 헬퍼방을 청소하는 녀석이 수상했다. 얼마전 헬퍼와 문제가 생겨 창고용으로 쓰고있는 헬퍼의 방. 그런데 이녀석이 주말부터 들어가 청소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더니 갑자기 벽에 락카를 뿌리기 시작한다.
“야!!! 너 뭐하는거야?” / “형 예술은 원래 창고에서 시작된데…”
도대체 어디서 저런 쓸데없는 건 배워서 오는건지 그러다가 3분도 안되서 뛰어 나온다.
“악~!~!~! 독해~!~!”
그럴줄 알았다. 어디 할 짓이 없어서 그 좁은 방에 들어가 락카를 뿌리냐. 눈이 뻘개져서 나오는 녀석을 잡아선 끌고간다.
“동생~ 진짜 아트가 궁금한거야?” / “네~!!”
“진짜 자유로운 젊음이 그리운거야?” / “네!!!”
“가자~!!”
현대 미술의 중심지라고 불리는 뉴욕. 하지만 살인적인 생활비는 예술가들이 설 곳을 빼앗아 갔다. 그래서 그들이 선택한 공간이 바로 폐 창고. 저렴한 가격과 넓은 공간이라는 매력이 그들을 사로잡은 것이다. 그리고 쓰러져가는 공간에 자신들의 색깔을 입히고 텅빈 내부에는 자신들의 꿈으로 가득채우기 시작한다. 그렇게 뉴욕에서 시작된 웨어 하우스 갤러리 열풍. 그리고 그 열풍이 이곳 필리핀에도 불기 시작했다.
이번 필살기에서는 마카티의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는 ‘The Collective’를 찾아가 봤다.
독특하다면? 특별하다면!!
이미 필리핀 언론에는 수차례 노출되었던 이곳. 그 이유는 간단하다. 이곳에선 필리핀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 할 신선한 바람이 한데 모여있기 때문이다. 이 공간의 컨셉부터가 독특하다. 마치 새로운 마법을 만들기위해 혈안이 되어있는 마법사들이 만든 공간처럼 이곳의 모든 아이템들은 각자가 자신의 색깔을 가지고 있다. 총 20개 남짓한 매장들로 구성되어 있는 창고안의 문화공간 ‘The Collective’. 이곳에 입점을 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기본적으로 비슷한 컨셉의 매장은 입점을 배제하는 이곳 . 이런 이유로 입점을 위해 기본적인 신청 서류는 물론 매장에 대한 설명을 함께 준비해야 한다.
이렇게 각자의 매력을 발산하며 마카티의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한 이곳은 크게 3가지의 매장형태를 가지고 있다. 가운데 위치한 B-Side 바를 중심으로 ‘패션’, ‘레져’, ‘먹거리’가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그들만의 문화공간을 창조해냈다.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고 있는 공간답게 모든 샾의 오너들 역시 20~30대의 젊은층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들의 독특한 점은 감각이 필리핀 안에서만 국한되지 않은 해외파 들이라는 것. 이런 이유로 ‘The Collective’의 곳곳에선 선남선녀의 혼혈인 오너는 물론 고객들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러한 이들의 감각은 흔히 말하는 로컬 스러움을 벗어나 유럽피안과 어메리칸 등의 성격을 띠며 필리핀을 찾는 외국인들에게도 크게 어필하고 있다.
보고~ 먹고~ 즐기자~
‘The Collective’만큼 ‘눈길을 끈다’ 라는 말이 어울리는 곳이 있을까? 주로 우리가 오고가는 대형 쇼핑몰의 경우 ‘지나치는 매장’이 적지않은 것이 사실. 언제 있었는지도 모르게 쉽게 사라지는 그러한 매장들. 뿐만 아니라 너무나도 획일화 되어있는 매장의 컨셉과 분위기는 몰의 방문을 즐기는 여성들은 물론 남성들에게는 더더욱 고통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이곳은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는 독특한 컨셉과 깔끔한 인테리어는 자연스레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것이다.
또한 ‘The Collective’ 구석구석을 채우고 있는 그래피티 아트. 전반적으로 외관은 심플하게 꾸며져 간결한 느낌을 주지만 각 매장의 컨셉에 맞게 벽면에 그래피티 아트로 자칫 허전할 수 있는 공간에 감성을 듬뿍 담아내고 있다.
<쇼핑>
현재 이곳에 입점해 있는 샾은 10여개 정도. 하지만 샾 하나하나에 들어서면 각 매장의 개성있는 스타일에 한번은 꼭 둘러보게 되는 이곳. 1당 100의 효과를 하는 매장인 것이다. 무엇보다 이곳 매장에서 가장 맘에 드는 것은 흔히 말하는 로컬스러운 옷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 일단 옷의 질은 물론 디자인과 옷의 마감까지 깔끔한 처리로 거친 필리핀의 손길에서 살아남은 옷을 찾는것이 아니라 최고중의 최고를 고른다는 쇼핑의 본질을 그래도 실현할 수 있다.
각 매장의 특성을 알수록 더욱 재미있다. 필리핀의 신예 디자이너가 자신이 직접 디자인 한 제품을 판매하는 매장과 필리핀에서 실제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오너의 매장, 그리고 미국이나 유럽에서 직접 물건을 공수해 와 자신의 스타일은 물론 ‘The Collective’ 찾는 이들과 함께 새로운 스타일을 연구하는 매장까지, 그 다양함과 우수한 퀄리티 덕에 최소한의 거리로 최대한의 쇼핑을 즐긴 기분이다. 또한 각 매장은 자신의 컨셉에 맞게 자신들의 매장을 꾸며 놓아 매장의 이름보다는 인테리어가 먼저 생각나게 한다. 모든 샾의 가장 큰 특징은 일반 매장의 옷들과는 다르게 한정 판매되는 제품들이 많다는 것. 남들과 같은 것을 거부한다는 신인류의 사상을 표방하는 이들에게 어쩌면 당연한 선택이었는지 모른다.
이중 필자의 관심을 가장 끌었던 매장은 바로 Hysteric Wacko. 이 매장이 가장 눈에 띄었던 이유는 일단은 세일이라는 단어였다. 저렴한 가격에 자신의 맘에 드는 옷을 살 수 있다는 의미의 ‘Sale’이라는 단어를 어찌 넘어갈 수 있겠는가. 하지만 필자의 맘에 끌었던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바로 매장에서 흘러나온 한국의 최신가요.
이 매장의 기본 컨셉은 일본과 한국의 최신 패션을 필리핀에 선보이며 일본과 관련된 잡지 또한 구입할 수 있는 문화 공유의 장. 일본하면 떠오르는 깔끔하면서도 독특한 디자인을 선보이고 있다.
<놀 것>
젊음의 문화공간이기 때문일까? 이곳에는 새로운 문화에 대한 흡수가 빨라 보이는 듯 했다. 필자가 가장 먼저 들어선 공간은 바로 어른들을 위한 장난감을 선보이고 있는 VINYL on VINYL. 이곳에서는 장난감 수집가들을 위한 수집용 장난감을 판매 전시하는 곳으로 일반 유화나 그림등도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이곳에서 전시되고 있는 장난감의 가격은 사천페소 정도. 그렇다고 우리가 흔히 알고있는 만화의 주인공이 전시되어 있지는 않다.
이곳에서 전시되고 있는 장난감은 일종의 조각상과도 같은 개념이라고 한다. 거리에서 그래피티 아트로 세상과 맞서 싸웠던 젋은 예술가들. 이들에게도 자신을 표현 할 수 있는 또다른 것이 필요했다. 그렇게 시작된 예술 장난감의 제작. 이러한 모든 장난감은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자신만의 작품인 것이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바로 ‘The Collective’의 갤러리 ‘Outer Space’. 이 갤러리의 가장 큰 특징은 어떠한 것도 전시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로 페인팅 위주의 주류 갤러리와 다르게 이곳에서는 세상을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전시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외에도 세상을 달리고 픈 이들위한 롱 스케이트 보드 샾과 각종 코스프레 의상을 구입할 수 있는 샾, 그리고 과거에서 현재를 찾듯 낡은 자전거에 새 생명을 불러 넣어주는 자전거 리 인스톨 샾을 다양한 놀이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먹을 것>
이곳에선 먹을 것 조차 평범함을 거부한다. 현재 이곳에 입점한 레스토랑은 총 3곳. 물론 3곳의 레스토랑 중 같은 메뉴를 판매하는 곳은 없다. 이러한 레스토랑 역시 각자의 색깔이 없다면 ‘The Collective’에 들어설 수 없는 것은 당연.
외부에서 가장먼저 눈에 띄는 레스토랑은 바로 ‘윙 맨’ (Wing Man). 전통 웨스턴 스타일 버거샾을 표방하는 이곳은 젊음과 맥주 그리고 먹음직한 웨스턴 버거를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모두 환영이다. 그러나 버거도 버거지만 이곳에서 꼭 먹어봐야 하는 메뉴는 바로 ‘버팔로 윙’(Buffalo Wing). 필리핀에서 가장 맵다는 이곳의 버팔로 윙. 일단 먹어보면 왜 그런 이야기가 나왔는지 금새 알 수 있다.
다음으로 필자가 들어간 곳은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국수집. 이곳은 채식주의자들을 위한 레스토랑 겸 식품점으로 이곳에서 파는 모든 메뉴에는 전혀 고기가 들어가지 않는다. 구성되어 있는 메뉴는 비교적 간단한 편. 베트남 쌀 국수와 일본식 라면 그리고 2 종류의 번과 시오파오 등 총 10가지가 채 되지 않는다. 더욱 놀라운 것은 국수와 라면의 경우, 실제 국수의 맛과 다름 없는 육수와 고기맛에 놀라움 따름이다. 하지만 절대 놀랄지 말라 육수는 당근과 무 싱카마스등의 야채로 맛을 내고 고기로 보이는 모든 종류는 콩으로 만든 것이다.
먹는 것마저 평범을 거부하는 이곳에서 꼭 가봐야 할 곳은 바로 B-Side 바.
‘The Collective’의 중앙에 위치하여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자신의 색깔을 가진 모든이들이 모여 하나의 축제를 시작한다. 이곳에서 B-Side는 단순한 바의 개념은 아니다. ‘The Collective’곳곳에 잠들어 있는 감성의 기운이 한데 모여 폭발하는 곳이기도 하다. 저녁이면 모든 샾들은 문을 닫지않고 이곳으로 몰린다. 그리고 공연이 있다면 이곳을 방문한 손님은 물론 샾의 오너까지 하나되어 즐기는 이곳. 더욱이 필리피노 뿐 아니라 유럽과 미주는 물론 각국의 사람들이 모여 즐기기에 그 안에 이질감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냥 즐기는 우리만 있을 뿐이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색을 존재한다. 잠시 옷에 가려지기도 하고, 가끔 상황에 묻히기도 하지만 여전히 우리의 색은 존재한다. 그리고 이곳에 자신들의 색을 가지고 우리만의 공간을 만드는 그들이 있다. 우리가 준비할 것은 그리 많지 않다. 보고~ 먹고~ 즐기면 된다. 아니면 말고~~
< 주간 마닐라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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